밤하늘 한 조각
출애굽기 14장 15절 본문
14장 15절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어찌하여 내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개역개정)
처음 이 구절을 봤을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의문이 들었다. 13-14절을 보면 모세의 고백이 아주 근사했기 때문이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
이런 멋진 고백을 한 모세에게 하나님께서는 뜬금없이 너는 왜 나에게 부르짖냐고 말씀하신다.
너무 의문이 들어 다른 번역본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기만 하느냐?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진하라고 명령하여라"'(공동번역)
공동번역으로 본 말씀은 느낌이 확 달랐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왜 행동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왜 이스라엘 백성을 전진시키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공동 번역본을 보니 모세의 멋들어진 고백도 다르게 보였다. 모세의 선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멋진 선포가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었을까? 아니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선포가 아니었을까? 앞은 바다고 뒤는 애굽 군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든 해주실 것이라는 고백,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지켜만 봐라,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해결하실 것이다. 그것은 멋진 신앙 고백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달래기 위한 말처럼 들린다. 서글프다. 마치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는 것 같다. 괜찮을 거라고, 다 잘 될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때 하나님은 왜 행동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왜 믿음의 행동을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오늘 수업 중에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왜 하지 않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구조적으로 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 사건을 오늘 묵상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믿음의 발을 내딛어야 한다. 비록 앞이 바다로 막혀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 자기 고백적인 기도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부르짖음과 믿음에서 그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걸어야 한다. 믿음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