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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나는 가끔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아니, 마음을 모른다기보다는, 해도 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좋아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싶지만, 괜히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까 봐 쉬이 연락하지 못한다.하지만 사실 연락하고 싶다. 그저 가볍게 안부라도 묻고 싶다.아무것도 안해도 멀어지고, 연락함으로, 그 연락이 부담스럽게 느껴져도 멀어질 거다.그럼, 결국 어떤 일을 선택해도 멀어지는 건데, 그럼에도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머뭇하고, 고민하고, 갈등한다. 누군가 말했다. 천국도 생명을 잃어야 갈 수 있다고. 결국 어떤 좋은 것이라도 잃는 게 있다는 거다. 나는 지금 뭐든 잃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잃고 있고, 어쩌면 기회를 잃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낙서장 2026.09.0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작가의 책은 재밌다. 시집도 그렇지만, 이런 산문집도 좋다.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 책이다.퀘렌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개념들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이야기 중 마음과 생각에 관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마음은 굉장히 뛰어난 이야기꾼이라 여러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 이야기는 결국 현실보다 더 강력한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그를 통해 우리를 하인으로 만든다는 거다. 결국 마음이 만들어낸 망상으로 인해 우리의 현실이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보다 상상으로 인해 고통받게 만든다. 또 정신에 관한 부분도 좋았는데,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은 되새김이라고 말한다. 마음속의 되새김을 독화살과 같아서 어떤 일에 관해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을 갉아먹게 된다는 거다. 나는 주로 생각과 되새김으로 인해 고통..

리뷰 2026.09.06

작은 다정함

마음이 어렵고, 힘들어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어둠에 잠겨 있는 사람이라도다정함은 그 사람을 구원하기에 충분하다. 그 다정함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로 인해 사람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친절한 말 한마디, 눈빛, 어깨를 두드리는 그 손길은 한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데 부족함이 없다.높은 산위에서 바라보는 풍경, 일정한 리듬으로 들이치는 파도, 봄날의 햇살, 여름날의 매미 울음가을의 선선한 바람, 포근한 눈은 세상이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함이다. 마음이 힘들고, 삶이 괴롭고, 외롭더라도 타인이 건네는, 세상이 건네는 그 작은 다정함으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또는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거라 믿는다. 이와 관련한 책도 써보고 ..

낙서장 2026.09.05

260823 차담회 후기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차담회에 참석했다.팽주인 호두 님의 차 내리는 솜씨와 그 안내가 매우 좋아서 공지가 나오자마자 신청했다. 이번 차담회는 지난번과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어느 꽃집을 빌려 차담회를 열었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색다르고 좋았다. 창문이 통창이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바깥 풍경도 보였다. 이번에는 중국 야생 장미차를 시작으로 하동 우전 녹차, 대홍포, 홍인철병을 마셨다. 그 외에도 따로 준비한 차들을 내려주셨는데,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매우 아쉽다. 야생 장미차는 말 그대로 장미 한 송이를 통째로 우려낸 차다. 시원하게 마실 때와 따뜻하게 해서 마실 때 그 맛과 향의 차이가 제법 컸다. 시원할 때 마신 차는 그 맛과 향이 좀 진했다면, 따뜻한 버전은 부드러웠다. 녹차도 ..

낙서장 2026.08.24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절대 정상적인 마음은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래서 그 사람에게 연락할 때,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연락하기 전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이 연락이 부담스러우면 어떡하지?' 등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절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당연히 이상하다. 내가 아닌 상대가 먼저 떠오르고, 내 행복이 아닌 상대의 행복을 바란다는 건 결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에 저런 마음이 들 때면,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연락해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낙서장 2026.08.21

260816 차담회 후기

요가 수업으로 인연이 닿은 호두 님이 차담회를 연다는 글을 올리셨다.일요일 저녁 7시였고, 장소도 그리 멀지 않았지만 평소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 고민이 됐다. 그래도 호두 님이라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참석을 신청했다. 장소와 관련해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7시 30분에 차담회 장소에 도착했다.팽주*를 맡은 호두 님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날은 네 종류의 차와 다식*이 준비돼 있었다. 금계국 꽃차와 밀키우롱, 청예2014 생차, 노반장 2021 숙차가 나왔다. 생차와 숙차는 보이차 잎을 숙성하는 방법에 따라 나뉘는 차라고 한다. 생차는 자연스럽게 숙성시키고, 숙차는 인공적으로 숙성시킨다고 한다. 같은 보이차 잎으로 만들었지만 숙성 방법에..

낙서장 2026.08.17

내가 처음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

어른, 나는 어른이 아니다. 여전히 나는 아직 미성숙한, 미풍에도 나부끼는 인간일 뿐이다.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에 나는 도달하지 못했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건 그저 사람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의 이미지는 있지만,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까?오히려 커 가면서 어른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자기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물론 정제된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꼿꼿이 서서 살아가고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가면만 는다. 나와 타인 사이의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조율하는 게 어른일까..

낙서장 2026.08.13

닥터 아포칼립스

딱 킬링타임용이다. 홍대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과거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를 먼저 구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자녀까지 잃어버린 의사가 해당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이야기다.그 의사가 치료한 아이는 과거 자신이 살인자를 먼저 구했다는 보도를 낸 기자의 딸이었다.서울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쓸어버리고 싶어하지만, 자녀를 살려야하는 기자는 서울시의 만행을 폭로한다.뭐, 그런 내용이다. 딱 시간죽이기 좋은 책이다.

리뷰 2026.08.09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왜 다정함이 중요한지, 다정함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에세이가 아니다. 제목만 보고 에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학책이다.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은 가축화다. 가축화된 짐승들이 야생 짐승보다 훨씬 영리하며, 살아남기 위한 진화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다. 또한 사람 역시 다정함으로 진화한, 협력을 통해 진화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협력적이고 다정하게 되는 걸 '자기 가축화'라고 표현한다.그러나 안 좋은 면도 있으니, 같은 진영이 아닌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공감이나 연민 등의 감정이 사라져버린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잔인해지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잦은 접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깊은 대화나 이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 같은 장..

리뷰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