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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한 조각

페이커 신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런을 할까 싶었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본 오픈런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오픈런에 대한 마음을 접고, 철수 전에 한번 방문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일상을 보내던 중 지난 11일 페이커 신전이 16일까지만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부랴부랴 일정을 확인, 타이밍은 목요일 오후뿐이라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반차를 신청했다. 점심을 먹고 두근대는 마음을 추스른 채 업무를 얼추 마무리한 후 페이커 신전으로 향했다.페이커 신전은 종로구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대기줄은 없었다. 곧바로 신전 입장! 신전으로 향하는 계단. 대상혁이 신도들을 맞이한다. 페이커의 시그니처 손모양을 시작으로 여러 부스와 스탬프들이 기다리고 있다. 입장 대기줄은 없었지만, 실..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
노: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유: 오지요. 100% 오죠.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 노: 아,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거 같아요. 유: 아니 뭐 그럴 수는 있죠. 후보님은 첫 물결이세요.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는데 그 첫 파도에 올라타신 분 같아요. 근데 이 첫 파도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이 첫 파도가 못 가고 그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 파도가 와서 계속 파도들이 밀려와서, 여러 차례 밀려와서 거기 갈 수는 있겠죠. (중략) 언젠가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갈 거에요. 그렇게 되기만 하면 뭐 후보님이 거기 계시든 안 계시든 뭐 상관있나요? 노: 하긴 그래요. 그런 세상이 되기만 하면 되지. 뭐 내가 꼭 거기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현 유..
경상북도 예천. ‘군’과 ‘읍’이라고 명시되는 작은 동네에서 나는 태어났고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다. 내 부모님은 지금도 여전히 예천에 계신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중학교 생활에 적응했을 무렵에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다. 달력은 점점 얇아지고 그로 인해 기분이 울적해지는 이맘때쯤이면, 아버지는 연탄 차를 불러 마당 구석에 겨울을 나기 충분한 양의 연탄을 쌓아 두셨다. 파란 트럭에 가득 실린 연탄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옮기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이 된 후 아버지는 나에게 밤에 연탄 가는 일을 맡겼다. 연탄은 아침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점심과 오후 사이에 한 번 총 세 번 간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상당히 일찍 잠자리에 드셨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자기 전에 연탄..

운동을 마친 후 씻기 위해 샤워장에 갔다. 문밖에서부터 다른 사람이 씻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실 놀랍지 않지만, 문맥상 놀랐다고 하겠다) 샤워장 입구를 열어보니 신발(보통 슬리퍼)이 없다. 뭔가 싶어서 안을 들여다보니, 한 학우가 슬리퍼를 신은 채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보통 샤워장은 슬리퍼를 신고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혹시 경고문이 떨어졌나 싶어 샤워장 출입문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출입문 밖에는 ‘소망관 탈의실 및 샤워실은 슬리퍼를 벗고 들어가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는 문구가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분명하게 붙어 있었다. 문맹이 아닌 이상(차라리 문맹이라면 좋겠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테니. 그러나 슬프게도 신대..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세기의 거짓말이라 일컬어지는 거짓말들이 있다. 네로 황제 시대, 유대인이 로마에 불을 질렀다는 거짓말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거짓말이 행해지고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이승만의 거짓말은 최악의 거짓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만 방송을 틀어놓고 도망친 건 이승만의 행보 중 최악의 행보가 아니었을까?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6월 27일, 6.25 전쟁이 발발한 후 이틀 뒤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이승만 정부는 국군이 의정부를 탈환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정부는 여전히 수도에 있으며, 국회는 서울 사수를 결의했다. 국민은 국방군을 믿어야 한다.’는 내용의..
2007년에 개봉한 ‘에반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있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후속작으로, 노아의 홍수를 모티브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 말미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계곡 상류층을 막고 있던 댐이 범람하며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판 홍수라고 할 수 있다. 나름 볼만한 영화다. 물론 이 말을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댐에 관한 이야기다. 댐은 물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목적에 따라 사용 용도는 다르지만, 물을 저장하거나 흐르게 해 유량을 조절한다. 댐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물이 범람해 재해를 일으키거나 강을 마르게도 한다. 2018년에도 라오스의 댐에 붕괴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삶의 터전이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