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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경학교를 마치고

D Cloud 2019. 7. 31. 19:51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무렵, 파주에 있는 새영 교회(큰 집)에서 한 아동부 여름 성경학교에 보조 교사로 참석한 이후 처음으로 여름 성경학교에 참석했다. 거의 11년 만에 처음 해보는 여름 성경학교였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직책이라던가 규모라던가 여러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왠지 마지막에 참석했던 여름 성경학교가 떠 올랐다. 

역시 아이들과 노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힘들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대하기 너무 어렵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너무 폭력적이다. 한 녀석은 풍선으로 사람 얼굴을 마구잡이로 때린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을 테지만 여름 성경학교 기간에는 너무 피곤했기에 가끔은 성질이 욱하고 튀어나올 뻔했다. 너무 오냐오냐 했던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혼내면 안 나올까 봐 무조건 감싼 행동이 이런 괴물을 만든 것은 아닐까? 아무튼 굉장히 힘들었다. 

프로그램들이 좀 유치해서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많이들 좋아했다. 그럴 때보면 아직 어린이긴 어린이다. 가기 전엔 불만 투성이었던 물놀이도 막상 가니 학년 구별 없이 모두 잘 놀았다. 나는 일찍 가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나오질 않았다. 젠장.

 

이번 여름 성경학교는 어린이전도협회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너무 보수적이었다. 공과나 설교 내용을 보면 근본주의자들이 만든 것처럼 억지 복음을 끼워 맞춰 전하고 있다. 룻기를 설교하는데 룻이 나오미를 따라간 것에 초점을 맞춰 하나님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제로 이끌거나 베드로의 이야기를 하며 좋은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등 정말 어처구니없는 해석에 치가 떨렸다. 뿐만 아니라 가장 최악이었던 부분은 바로 활동 설교 중간에 있는 내용이었다. 활동 설교 중간에는 박해에 대한 예가 몇 개 등장하는데 그중 학교의 박해(?)의 예로 진화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친. 진화론이 박해인가? 이런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이미 우리 아동부 교사분들은 나이가 많아 근본주의에 가깝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이미 근본주의자들 뺨칠 정도이다. 저번에는 동성애 특강을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만... 일단 이 글은 여름 성경학교가 중심 글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어쨌든 아이들만이라도 그런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고생 많이 했다. 오랜만에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며 ppt를 만들고 최대한 내 양심에 거리낌이 없도록 설교를 변경해 아이들에게 전했다. 

 

힘든 여름 성경학교였다. 1박 4일은 너무 길다. 다음에는 무조건 줄여야겠다. 물론 다음이 있다는 전제하에. 빨리 일자리가 났으면 좋겠다. 뉴조는 뭐하나? 

여름 성경학교때 썼던 그림. 나오미의 가족들이 예루살렘을 떠나고 있다.
나오미의 권유에 오르바는 떠나고 룻은 남기로 했다.
돌아온 나오미와 룻을 환대하지 않는 사람들
나오미와 룻을 책임지겠다는 보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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