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한 조각

페이커 신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런을 할까 싶었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본 오픈런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오픈런에 대한 마음을 접고, 철수 전에 한번 방문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일상을 보내던 중 지난 11일 페이커 신전이 16일까지만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부랴부랴 일정을 확인, 타이밍은 목요일 오후뿐이라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반차를 신청했다. 점심을 먹고 두근대는 마음을 추스른 채 업무를 얼추 마무리한 후 페이커 신전으로 향했다.페이커 신전은 종로구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대기줄은 없었다. 곧바로 신전 입장! 신전으로 향하는 계단. 대상혁이 신도들을 맞이한다. 페이커의 시그니처 손모양을 시작으로 여러 부스와 스탬프들이 기다리고 있다. 입장 대기줄은 없었지만, 실..
어떤 사람들은 고작 글씨로 채워져 있는 종이 뭉치에 푹 빠져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어떤 사람들은 유치한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고 심지어 장난감까지 수집합니다. 잔디밭에서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차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에 수십억 명이 열광하고, 매일 저녁 TV 앞에 모여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하죠. 퇴근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시계를 보고, 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고민합니다. 이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이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총합을 우리는 삶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떳떳하게, 원하는 곳에 애정을 쏟으세요. 그것이 삶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으니까요. -부기영화

모기영을 통해 본 영화. 섬마을 이니셰린에 사는 두 친구 중 한 명이 갑자기 절교를 선언해 발생한 일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본다. 나는 영화에서 두 가지의 갈등을 봤다. 영화의 주인공인 파우릭과 콜름의 갈등, 그리고 경관과 그의 아들이다. 파우릭과 콜름의 경우, 콜름이 명성에 집착해 일방적인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경관과 그의 아들 도미닉의 경우 아버지의 폭력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영화 중반부 한 노파가 '마을에서 두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죽음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노파의 말처럼 경관의 아들 도미닉이 사망한다. 도미닉은 아버지와의 갈등을 풀지 못했다. 경관은 시종일관 아들을 억압하고, 추행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그가 폭행을 못..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
노: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유: 오지요. 100% 오죠.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 노: 아,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거 같아요. 유: 아니 뭐 그럴 수는 있죠. 후보님은 첫 물결이세요.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는데 그 첫 파도에 올라타신 분 같아요. 근데 이 첫 파도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이 첫 파도가 못 가고 그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 파도가 와서 계속 파도들이 밀려와서, 여러 차례 밀려와서 거기 갈 수는 있겠죠. (중략) 언젠가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갈 거에요. 그렇게 되기만 하면 뭐 후보님이 거기 계시든 안 계시든 뭐 상관있나요? 노: 하긴 그래요. 그런 세상이 되기만 하면 되지. 뭐 내가 꼭 거기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현 유..
경상북도 예천. ‘군’과 ‘읍’이라고 명시되는 작은 동네에서 나는 태어났고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다. 내 부모님은 지금도 여전히 예천에 계신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중학교 생활에 적응했을 무렵에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다. 달력은 점점 얇아지고 그로 인해 기분이 울적해지는 이맘때쯤이면, 아버지는 연탄 차를 불러 마당 구석에 겨울을 나기 충분한 양의 연탄을 쌓아 두셨다. 파란 트럭에 가득 실린 연탄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옮기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이 된 후 아버지는 나에게 밤에 연탄 가는 일을 맡겼다. 연탄은 아침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점심과 오후 사이에 한 번 총 세 번 간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상당히 일찍 잠자리에 드셨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자기 전에 연탄..
미디어 글쓰기의 기본원칙 정확성 - 미디어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특정 사실을 독자나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 따라서 취재를 통해 수집한 객관적 사실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함. 육하원칙에 의거해 기술함. 마크 트웨인 "거의 정확한 낱말과 정확한 낱말의 차이점은 번갯불과 반딧불만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명료성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삼가고 한 가지 의미만을 전달해야 한다. 읽거나 듣는 즉시 의미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읽는 대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작성. 국내 신문은 고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기준으로 함. 간결성 - 간결해야 함. 구어체를 구사하며, 호흡이 자연스런 단문으로 쓰는 게 좋다. 미디어 문장은 불필요한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던져선 안 된다. 명사와..

운동을 마친 후 씻기 위해 샤워장에 갔다. 문밖에서부터 다른 사람이 씻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실 놀랍지 않지만, 문맥상 놀랐다고 하겠다) 샤워장 입구를 열어보니 신발(보통 슬리퍼)이 없다. 뭔가 싶어서 안을 들여다보니, 한 학우가 슬리퍼를 신은 채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보통 샤워장은 슬리퍼를 신고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혹시 경고문이 떨어졌나 싶어 샤워장 출입문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출입문 밖에는 ‘소망관 탈의실 및 샤워실은 슬리퍼를 벗고 들어가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는 문구가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분명하게 붙어 있었다. 문맹이 아닌 이상(차라리 문맹이라면 좋겠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테니. 그러나 슬프게도 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