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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니셰린의 밴시

D Cloud 2023. 11. 17. 23:41

 

모기영을 통해 본 영화.
섬마을 이니셰린에 사는 두 친구 중 한 명이 갑자기 절교를 선언해 발생한 일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본다. 

나는 영화에서 두 가지의 갈등을 봤다. 
영화의 주인공인 파우릭과 콜름의 갈등, 그리고 경관과 그의 아들이다.

파우릭과 콜름의 경우, 콜름이 명성에 집착해 일방적인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경관과 그의 아들 도미닉의 경우 아버지의 폭력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영화 중반부 한 노파가 '마을에서 두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죽음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노파의 말처럼 경관의 아들 도미닉이 사망한다. 도미닉은 아버지와의 갈등을 풀지 못했다.
경관은 시종일관 아들을 억압하고, 추행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그가 폭행을 못 이겨 가출했음에도 땅콩(?)을 던지며 '집에 돌아와 옷을 다리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영화 후반 부 도미닉은 결국 호수에 빠져 사망한 채 발견된다.

문제는 또 한 명의 죽음인데, 처음에는 주인공인 파우릭의 나이스한 모습, 친절한 파우릭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파우릭은 자신과 단절을 선언한 콜름이 육지에서 온 음대생과 친하게 지내자, 음대생에게 '당신 아버지가 빵을 배달하는 차에 치여 위독하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도미닉에게 하는데, 도미닉은 친절한 사람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파우릭을 떠난다.
그 후 파우릭은 콜름의 손가락으로(콜름이 단절을 선언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파우릭 집 앞에 던졌다) 가족과 같던 '제니'라는 조랑말이 죽자 분노해 밤에 콜름의 집을 찾아간다. 가는 길에 노파(두 사람이 죽을 거라고 했던)가 파우릭에게 '콜름의 개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파우릭은 '그럴 생각도 없었다'고 일축한다. 그리고 집에 홀로 남아있는 개를 쓰다듬으며 '내가 너에게 왜 해를 끼치겠느냐'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친절한 파우릭이 죽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하고, 말을 걸 때마다 자기 손가락을 잘라 집 앞에 던진 콜름이었지만, 그리고 그로 인해 가족과 같던 조랑말이 죽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친절한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술집에 있는 콜름을 찾아가 '다음 날 오후 2시 집에 불을 지를 테니 개를 집 밖에 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2시 콜름의 집을 불태우면서도 문밖에 있던 그의 개를 챙겨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집 안에 있는 콜름을 확인하지만, 그냥 돌아가버린다) 집을 불태우며 파우릭의 여동생이 보낸 편지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동물들은 도미닉에게 맡기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그러나 파우릭은 도미닉이 죽어 동물을 돌볼 사람이 없어서 갈 수 없다고 답한다. 여기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친절한 파우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콜름의 집에 불을 지른 후 그다음 날 파우릭은 콜름의 개를 데리고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에는 콜름이 죽지 않고 서 있었다. 콜름은 파우릭에게 '집을 불태웠으니 끝났느냐'고 물었고, 파우릭은 '네가 집 안에 없었기에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돌아선다. 그런 파우릭을 보며 콜름은 '개를 돌봐줘 고맙다'고 말하고, 파우릭은 '언제든지'라고 답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 모습을 보며 죽은 또 하나의 사람은 친절한 파우릭이 아니라 단절을 선언한 콜름이 아닐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면서까지 파우릭을 밀어냈지만, 그럼에도 파우릭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만일 파우릭이 제니를 잃고 분노로 콜름을 찾아갔던 그 밤에 그의 개를 죽였다면 친절한 파우릭이 죽었을 것이며, 영화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았고, 결국 그 친절함에 죽은 건 절교를 선언했던 콜름이었다고 본다. 
물론 열린 결말이라 둘 사이가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지만, 나는 그 관계가 새롭게 개선될 수 있을거로 생각한다. 

영화는 섬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지만, 본토에서는 내전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해변에서 파우릭과 만난 콜름은 '며칠 전부터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전쟁이 끝났나 보다'라고 말하고, 파우릭은 '또다시 벌어질 것이다. 어떤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후 콜름은 '개를 돌봐줘 고맙다'고 말하고 파우릭은 '언제든지'라고 답한다.
이 장면에서 둘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거로 생각한 나로서는 한쪽이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 역시 비극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아버지를 두려워했던 도미닉은 관계를 개선하지 못했지만, 절교 선언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았던 파우릭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냈을 거라고 믿기에, 오늘날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 역시 한 쪽이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휘발하기 전 갈겨쓴 글이라 두서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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