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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글리

교회라는 댐

D Cloud 2019. 10. 8. 00:01

2007년에 개봉한 ‘에반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있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후속작으로, 노아의 홍수를 모티브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 말미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계곡 상류층을 막고 있던 댐이 범람하며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판 홍수라고 할 수 있다. 나름 볼만한 영화다. 물론 이 말을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댐에 관한 이야기다. 

댐은 물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목적에 따라 사용 용도는 다르지만, 물을 저장하거나 흐르게 해 유량을 조절한다. 댐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물이 범람해 재해를 일으키거나 강을 마르게도 한다. 2018년에도 라오스의 댐에 붕괴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등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또한 내가 태어나기 전에 ‘평화의 댐’을 만든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치기도 했다. 이렇듯 댐은 이래저래 써먹기 좋다.

왜 갑자기 댐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오늘날 교회가 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자신을 철옹성 같은 댐으로 만들었다. 댐이 되어야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스스로 댐이 되었다. 그리곤 복음이 흐르지 못하게 막았다. 기존의 댐과 차이가 있다면 물이 흐르는 수문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있는데 열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교회는 그저 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하늘 끝까지 닿을 작정인지 그 끝이 어딘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미 바벨탑은 넘어선 듯하다. 적당히 높으면 범람하기라도 할 텐데, 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높아진 교회는 복음을 흐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썩게 만든다. 빠르게 흘러야 할 물은 거대하고 두꺼운 벽에 가로막혀 곧 그 속도를 잃어버린 채 멈추어 선다. 정체된 물은 서서히 썩기 시작한다.

최근 한 명의 신학생이 두꺼운 벽에 가로막혀 떠나고 말았다. 더 넓은 세상으로, 더 낮은 곳으로, 물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흘러가려 했던 그 학생은 목사라는 사람들이 세운 두꺼운 벽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더니 결국 사라졌다. 이미 정체되기 시작한 다른 물들은 그저 그 물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중에는 댐에 순응하고 지낼 일이지 왜 흐르려 하느냐며 비난하는 물들도 있다. 마치 댐에 가로막혀 멈춰있는 것이 물의 본성인 것 마냥 생각한다. 이미 썩어버렸기 때문에 썩은 생각만 할 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

물의 저항에도 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계란에 바위를 던지는 것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물은 고여 썩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버티는 것뿐이다. 버티고 버텨, 언젠가 모인 물이 댐을 넘어 범람하는 그 순간이 올 것이라 희망하며 견디는 것뿐이다. ‘에반 올마이티’에 나오는 장면처럼 댐을 넘어 썩어버린 세상을 뒤엎을 그 날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지금도 새로운 물들은 댐의 내부를 갉아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댐을 무너뜨리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구멍이 뚫릴까? 댐이 무너지는 게 먼저일까? 물이 고여 썩거나 마르는 것이 먼저일까? 

만화가 최규석 씨가 그린 “100°C”라는 만화가 있다. 6월 항쟁을 그린 만화인데 그 만화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영호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수감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영호가 말한다. “(중략)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직이 깨지고 사람들이 잡혀 가고 죽어갈 때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 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그러자 옆에 있던 수감자가 말한다. “물은 백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 보면 불을 얼마나 더 떼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 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중략) 하지만 사람도 백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영호는 묻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년을 버텨내셨습니까?” 수감자가 대답한다.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힘든 싸움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정말 끝이 있긴 한 걸까 두렵다. 한 명씩 나가떨어질 때마다 슬픔과 좌절감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비통함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 댐은 무너질까? 우리의 몸부림은 의미가 있을까? 복음이 댐을 넘어 세상으로 내달릴 그 순간이 올까? 그럴 때마다 그 수감자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독일 뿐이다. “곧 무너지겠지. 곧 새로운 물들이 흘러 들어와 넘칠 거야.” 

흐릿한 희망에 또 하루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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